음악그룹 나비야

젊은 예인 열전 <3> 타악연주자 나혜경'신명을 두드리는 ‘팔색조’ 국악인

꽃들이야기 2010. 10. 18. 22:22

 

 

 

 

 

2010년09월23일 20시57분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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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인 열전 <3> 타악연주자 나혜경
신명을 두드리는 ‘팔색조’ 국악인

무대에서 악기를 두드리고 있는 그는 그야말로 빛이 난다. 신들린 듯 연주하는 모습은 ‘신난다’라는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얼굴 가득 흘러내리는 미소가 보는 이의 마음마저 싱글거리게 만드는 타악연주자 나혜경(34·사진)씨를 만났다.

그의 달력은 각종 공연 스케줄로 빼곡했다. 청주시립국악단 단원으로 음악그룹 나비야 대표에 기획사 ‘문화로 가는 길 통로’ 대표까지 맡고 있으니 몸이 둘이라도 모자를 터였다.

모든 예술은 다 통하는 걸까? 타고난 국악인처럼 보이는 나씨는 13년 전만해도 화가를 꿈꾸던 미대생이었다고 했다. 수원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중 풍물동아리에 들면서 국악에 푹 빠지게 됐다는 것. 용인대 국악학과로 편입, 전통음악을 전공하며 자신이 갈 길을 찾았다. “내 자신이 즐거워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거짓 감동 밖에는 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조금 늦었지만 제대로 된 선택이었다. 국악. 그 중에서도 타악은 그에게 몸에 꼭 맞는 옷 같았다. 자신과 악기의 성격이 썩 잘 맞아 남과 같은 양을 연습해도 실력이 부쩍 느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학 재학 시절 24회 전주대사습대회 풍물부문 장원, 4회 한국의 장단찾기대회 대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고 2000년에는 청주시립국악단 단원으로 덜컥 합격, 청주에 오게 됐다.

예술인의 꿈의 직장으로 일컬어지는 시립예술단 단원으로 활동하게 됐지만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새울전통타악진흥회, 실내악단 열두음 등에 들어가 다양한 무대를 경험해 왔다. 지난 2006년부터는 실내악단 열두음이 전신이 돼 탄생한 ‘음악그룹 나비야’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과 하나 되는 음악’을 모토로 하는 음악그룹 나비야는 자연의 소리를 형상화한 수채화 같은 음악을 선보인다. 스스로의 무대를 충북지역에 한정짓지 않고 2010 국악실내악축제 ‘젊은소리’ 출연팀으로 뽑혀 국립국악원에서 공연을 갖는 등 전국을 대상으로 많은 공연을 펼쳐왔다. 1집 ‘맑은 햇살 아래 나비를 좇는 똥강아지(2007)’, 크리스마스 특별음반 ‘눈 내리는 날의 일기(2008)’ 등 두 장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부터는 시각장애인, 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 순회공연을 갖고 있다. 2008년 청주·서울·충주맹학교 등 세 곳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순회공연’으로 시작했고 점차 규모를 키워 현재는 경북 영주, 광주, 인천, 경남 합천 등 10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팸플릿을 점자로 만들고 관객들에게 애그쉐이크를 나눠주며 공연에 함께 참여하도록 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

“이런 공연을 가면 우선 저희가 좋아요. 매번 감동을 받고 오거든요. 공연을 많이 다니다보면 너무 익숙해져 감정이 무뎌지기도 하는데 이 분들이 정말 가슴으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듯 감정이 정화돼요.”

지난해에는 자체적으로 기획사 ‘문화로 가는 길 통로’를 만들기도 했다. 문화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자, 통로가 되자는 의미다. ‘문화로 가는 길 통로’ 사업의 일환으로 매달 둘째 주 수요일이면 나비야 연습실에서 차음악회를 열고 있다. 차에 대한 강좌와 다도 시연 등이 진행되며 차를 마시는 동안 음악회가 펼쳐진다. 나비야 멤버들 뿐 아니라 지역 음악인들의 독주·중주 발표 자리가 되기도 한다.

“지역에는 자기가 연습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너무 없어요. 독주와 중주 공연을 하지 않다 보면 실력을 키우기가 어렵거든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음악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함께 호흡하며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여름 동안 잠시 쉬었던 차음악회는 10월부터 다시 계속된다.

이달 초 그는 청주시립국악단의 박경은, 박노상, 김진옥 단원과 함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얼리뮤직 페스티벌’에 초청 받아 산조 공연을 가졌다. 거문고, 아쟁, 대금 산조가 선보인 공연에 고수로 참가한 것. 나씨는 현지인들로부터 “그동안의 음악 관념을 단번에 뒤집는 공연이었다”는 등 엄청난 호평을 받았으며 내년 공연에도 초청 받았다고 자랑했다.

남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배울 것도 많다는 나씨. 40대 이후의 ‘나혜경의 음악’에 대해 좋은 정의를 내릴 수 있도록 30대에 더욱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여성 타악 연주자들은 생명력이 길지 않아요. 타악으로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쉽지 않고요. 제가 정말 평생 하고 싶은 것은 장구인데 장구를 계속 하기 위해 다른 악기도 배우는 거에요. 여러 가지를 알면 그것들이 기초가 돼 장구의 독특한 매력을 더 잘 알게 될 것 같거든요.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길도 제 음악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이 한 곡으로 말하는 나혜경 ‘맑은 햇살 아래…’ 중 ‘블루오션’

“국악은 정말 비전이 있어요. 한국에서 제일 잘 하는 사람이 세계에서도 제일 잘 하는 거잖아요. 전 세계가 무대가 될 수 있는데 그보다 더 큰 비전이 어디 있겠어요. 서양 음악 하는 사람들의 1/10만 해도 전 세계를 재패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당당하게 이것에 평생을 바칠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그에게 국악은 거칠 것 없는 푸른 바다처럼 넓고 깊은 잠재력을 가진 블루오션이다. ‘음악그룹 나비야’ 1집 ‘맑은 햇살 아래 나비를 좇는 똥강아지’에 실린 이 곡은 국악과 서양음악의 틀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개척해나가는 ‘음악그룹 나비야’와 많이 닮아있다. 흥겹고 빠른 라틴리듬 위에 얹어진 플롯, 바이올린, 첼로의 화려함, 여기에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대금, 소금, 피리, 가야금의 정적인 선율은 팔색조 같은 매력을 지닌 나혜경. 그 자체이기도 하다. <글·사진/조아라>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용인대 국악학과(타악 전공) 졸, 동 대학원 국악학과 졸

△24회 전주대사습대회 풍물부문 장원, 1회 전국타악경연대회 창작부문 금상, 4회 한국의 장단찾기대회 대상 등 수상

△현 청주시립국악단 수석단원, 음악그룹 나비야 대표, 문화로 가는 길 ‘통로’ 기획사 대표, 새울전통타악진흥회 충북지회 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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